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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

지워진 거울/안윤하

by 김선자 2023. 11. 15.

지워진 거울

 

안윤하
 
 
거울에 비친 얼귤을 보고
'니, 누고?' 하던
요양원의 할머니
 
가끔은
자신을 알아볼 수 없고
거울이란 것도 몰랐으면 좋겠다던
그 할머니
 
개울에 비친 얼굴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독한 나르시스다
 
몇 마리 버들치가
주름살도, 흰머리도
지우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소녀적 얼굴만
어리연꽃으로 남아
물살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