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옹이꽃

김선자 2022. 11. 18. 23:02

옹이꽃

바늘 敍事 2

 

김선자

 

 

어머니

이제 바느질 그만 하세요

어릴 적 아버지 바지 줄여 제게 해주신

누덕누덕 기운 바지

친구들이 알까봐 부끄러웠어요

 

홍역으로 전쟁터로

울며 떠나간 두 아들 생각느라

뻥 뚫린 어머니 가슴

바느질로 촘촘히 기우려 하셨지요

어린 눈치로도 알았어요

 

어머니

부디 바느질 그만 하셔요

깁고 꿰매고 박고 자르고 다림질하고

한 생은 들풀처럼 돋아나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이라 하셨죠

 

온갖 잡동사니 다 집어넣어도

안 터지는 자루 같은

어머니 마음

피 묻은 실밥자국이

어머니 발자국처럼 박혀있는

옹이에 꽃이 피었어요

 

어머니 보셨나요

제 가슴에 담고 싶은 동그란 그 꽃을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