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오래된 조각이불/김선자

김선자 2022. 11. 18. 23:08

오래된 조각이불

바늘 敍事 3

 

김선자

 

 

실 꿴 바늘은 목이 긴 새의 부리 같아서

실없는 바늘은 휘청거리며

광목천 무명천 가리지 않고 걸어왔다

 

어머니 손끝은 쉴 새 없이 골무에 눌려왔다

이제 남은 것은 침침한 눈과 잘못 잇댄 주름살

내숭일 수 없는 따가운 바느질로

얼마나 오랜 날 허공을 혼자 맴돌았던가

 

태어나 흰 실타래 목에 감고 자라서

붉고 푸르고 희고 검은 색실

목에 둘둘 두르고 그린 산과 바다

은빛 날개 번쩍이며 날아다니는 날은

그나마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차곡차곡 개켜둔 조각이불은 오랜 道伴

어떠한 고통도 시련도 잘 견뎌낸 바늘

푸른 창공 한 자락 잡아 당겨 조각조각 이어붙이고

가녀린 몸매 고단한 허리 묵묵히 참고 나서야

 

실밥에서 목쉰 물총새 날아오른다

 

ㅡ시집<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