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내 안에 누가 살고 있다/김선자
김선자
2022. 11. 18. 23:10
내 안에 누가 살고 있다
ㅡ바늘 敍事 4
김선자
한 번씩
고무락거린다
뽕잎 지나가는 누에처럼
간지럽기도 하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탄력
낱말 하나가 누에처럼 명주실을 만들어
하얀 고치 속으로 숨어든다
꺾어 둔 뽕나무 가지 사이로
순한 바람이 지나간다
스르륵 사르락
태양은 아직도 중천에 머무는데
번데기가 되어가는
내 안에 웅크린 낱말들
아직도 고치 속에서
돋아나지 못하고 한 쪽 날개가 서러웁다
혼자 파드득거리다
후줄근히 추락하고 마는 비행
뒷산 뽕나무 허기진 봄날
사뿐거리는 날개
눈이 부셔서 더욱 눈물겹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