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폭포/김선자
김선자
2022. 11. 18. 23:36
폭포
김선자
폭포는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뒤로 가지도 않는다
거고사추(居高思墜) 지만계일(持滿戒溢)*
옛 선비 경구 본받아
하늘로 치솟지 않는다
흰 거품 물고 으르렁거리면
산천초목이 벌벌 떨고
봄날 핀 진달래꽃은 고개를 숙이고
우듬지 새들은 날개를 접는다
부럽다 폭포 그의 품새
낭떠러지에서 아래로 힘껏 몸을 던지며
스스로 산산이 부서지는 의연한 자태
장엄하고 고고하다
때때로 허연 이빨 드러내고
소리치는 폭포의 저 처연한 몸부림도
절망 보다는 늠름한 기상 호연지기(浩然之氣)다
용솟음치는 희망에도
매달리지 않는 폭포의 오기
동토에서는 고드름이 되어도 좋은
폭포의 넋은 수정이다
*居高思墜거고사추 높은 곳에 거처하면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持滿戒溢지만계일 가득 차 있을 때는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
당 태종의 칙서를 받들어 구양순이 쓴 해서체의 기본이 되는 법첩 『구성궁 예천명』에 나오는 글이다.
ㅡ계간 『시와시학』 ( 201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