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나목/김선자

김선자 2023. 3. 15. 13:41

나목

 

김선자
 
 
어둠이 슬몃 내리는
하늘에는
나무의 잔가지들이
생선가시가 되어 떠 있다
속살 걷어낸
아름다운 실루엣
하늘 향해 뻗어 있는
실낱같은 가지들 우련하다
추위와 비바람 이겨낸
새들도 잠시 놀다 간
온갖 벌레 곰실대며 기어 다닌
그 푸르고 화려하던
초록의 잎들 다 벗어 버린 가지
하늘이 땅인가 땅이 하늘인가
거꾸로 서서 뿌리가 되어 버린 잔가지
당당하고 싶어한다
다 내어 주고도
아직도 못다 준 모습이다
단단한  흙덩이 헤치던 용기
따스한 땅속 온기
끈끈한 핏줄로 이어 준
나는 한마리 가시고기
이젠 벗어 버릴 껍질도 향기도 눈물도
바람따라 흘러가는
사랑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