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내 밥그릇/김선자

김선자 2023. 3. 15. 17:15

내 밥그릇

 

김선자

 

 

나는

밥 하는 여자

밥 푸는 여자

내 손에는 질긴 밥줄이 달려있다

 

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은 밥

둘레둘레 밥상에 둘러 앉은 식구들

하루도 안 거르고 먹은 밥

 

세상에 태어나

밥 먹는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어디 있겠노

밥줄 끊어지면 험한 세상

어찌 살라꼬, 묵자, 묵어야제

 

내 밥그릇 내가 챙겨야제

그러나 다른 사람의 밥그릇은

탐내면 안되겠제

그들의 허기진 배 빼앗지 말아야제

 

오늘도 나는 밥줄 움켜쥐고

허겁지겁 배 채우기에 바쁘다

누구에게 용서 받아야 할지 몰라

빈 밥그릇만 고이 씻어 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