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버선/김선자

김선자 2023. 3. 15. 18:35

버선

바늘 敍事  25

 

김선자

 

 

무겁다

버선은 발의 무게로 자주

앞코가 뭉툭하다

걸어온 길이 너무 아득하여

목도 너덜너덜하다

온갖 시름 머물다 간 발자국

냄새나는 나날의 허영

받치고 있던

버선은 땀땀이 터지고 싶다

날렵한 여인의 치마 밑에서

호강하던 한 때

뭇 시선이 몰리던 뒤꿈치

오이씨 같다고 얄미워하던 시기심

잊고 싶다

오똑한 코가 저렇게 낮이졌으니

버선은 가볍게

산전수전 지나서 잠들고 싶다

춤사위로 신명이 나는

마당에서 한 발 두 발 얼 수

뛰어 보고 싶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