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1과 2/김선자
김선자
2023. 3. 25. 15:47
1과 2
김선자
1과 2는
문 덜 닫고 나가는 딸애의 뒷모습
사라지고 싶지 않은 연기처럼
꼬리 감추기엔 마지막이 너무 길다
얼마나 오랫동안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을까
햇고사리 묻힌 흙 조심스레 다독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아랫목이 생각나 몸이 저려온다
폭신한 이불에 두 다리 묻고
서로의 다리 문지르면
꽁꽁 언 땅도 쌩쌩 부는 바람도
겉옷이 필요 없었지
낯선 사람의 발자국에 가시 곤두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리다가
가슴 부풀던 12월
너와 나 손잡고 가지마다
하얗게 핀 눈꽃 구경하던 12월
1과 2는 늘 가슴과 가슴 맞대고 있는
사랑의 사람들 같다고
너와 따스해진 두 다리로 1과 2 만들었지
언젠가는 떠나갈 너의 시린 어깨 부여잡고
1월에게 자리 내어 주는 12월
시원시원하고 개운하다고
너는 목청 돋우었지
딸아, 나가면서 문 좀 닫아줄래
바람이 차구나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