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1

도시의 겨울/김선자

김선자 2023. 3. 25. 15:59

도시의 겨울

 
 

김선자
 
 
사랑 때문에 마음이 시리다고
굳이 말해야 하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에 파고든다
희끗희끗 녹지 않은 눈들
뽀드득거리며 귀속 말 하는 듯
그들의 반짝거리는 눈빛
외로워보인다
땅 위에 퍼지는 따사로운 햇살
만지작거리며
얼어붙은 흰 눈 위를 걸어간다
새떼들의 날개 짓 같이
사쁜사쁜 걷는 발걸음
아차차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버린다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외투 깃 세우고 걸어 간다
우렁껍질도 눈발자국도 찾을 수 없는
메마른 도시다 쓸쓸하여라
아스팔트 밑으로 이라고 갈겨 쓴 글자가
흔들리며 내려간다
잊혀져가는 사람의 얼굴 위로
녹아내리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지저분하다 정이 끈끈하다고
개뿔이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