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10월/김선자
김선자
2022. 10. 9. 15:26
10월
김선자
지난 여름 내내 숨어 있던 10월
등뒤로 따라 오는가 했더니
어둔 숲을 돌아 나와 갈색으로 펄럭인다
허수아비는 무덤덤하게 서있고
욕심 없는 사람의 호주머니로
은행 열매 몇 알이 들어간다
작년에 쓴 편지는 아직 부치지도 못했는데
아득할 내일이 홑이불 속을 파고 든다
10월은 지난 여름 머금고 있던 초록을 토해 내며
술취한 가객처럼 비틀거리며 가고 있다
나뭇잎들 아래로 아래로 더 수굿이
색깔을 바꾸며 베이스보다 더 낮게 손 흔든다
2013. 11. 12.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