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달이 자꾸 따라와요/이상국
김선자
2023. 4. 3. 14:16
달이 자꾸 따라와요
이 상 국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파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 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 집 담을 돌아가는데
아버짓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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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밤길을 걸어가면서 달이 좇아 오는 경험을 누구나 하였으리라.
시인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시인은 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밤길을 가는데 아들과 함께 달빛을 받으며 개천둑길을 걷는다.
나이가 어린 아들은 달 그림자가 신기하다. 걸어도 걸어도 눈을 돌려보면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달. 내가 걸으면 따라오고
멈추면 같이 멈추어 있고.
항상 환한 달빛과 부르르 몸을 떠는 은사시 나무와 쇠똥 냄새, 이들은 밤길을 가는 이에게 좋은 길동무라 할 수 있다.
대략 1월 24일경은 보름이니 날이 흐리지 않으면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가로등이 많아 달 그림자를 보기 힘든 서울에서도 달 구경을 하여보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