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첫눈 오는 날 만나자/박해수

김선자 2023. 4. 29. 12:06

눈 오는 날 만나자

 

박해수

 

 

첫눈 오는 날

속리산 법주사

흰 눈으로 눕고 자빠지는

첫 사랑, 멍든 사랑 안고

불 지피려 가자

쓸쓸한 흥분이

함께 내리는 날

그리운 사람

지금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첫눈 맞고 첫눈 맞고

돌아서서 울잔다

눈물 머금고 어릴 때 간직했던 하늘

물빛으로 보이는 부질없는 낙차(落差)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몸을 부수며 온 몸을 부수며

알몸으로 만나 울잔다

알몸으로 울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