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이성복
김선자
2023. 5. 11. 13:54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
이성복
그 봄 청도 헐티재 넘어
추어탕 먹으러 갔다가,
차마 아까운 듯이
그가 보여준 지슬못,
그를 닮은 못
멀리서 내젓는
손사래처럼,
멀리서 뒤채는
기저귀처럼
찰바닥거리며 옹알이하던 물결,
반여, 뒷개, 뒷모도
그 뜻 없고 서러운 길 위의
윷말처럼,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
그 하얀 물나비의 비늘, 비늘들
—시집『래여애반다라』중에서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 졸업.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남해 금산』『그 여름의 끝』『호랑가시나무의 기억』『아, 입이 없는 것들』『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래여애반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