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김선자
김선자
2023. 6. 20. 21:05
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
김선자
젊은 그대여
오늘 그대는 더욱 더 싱그러운 과일같네
향긋하다오
수줍어하는 그대 뺨 한떨기 장미같네
나 어느 날
그대 방을 엿보았다네
문이 조금 열려있고
햇살이 가늘게 비쳐든 오후였네
그대가 가만히 앉아 있더군
그대 머리위로 시간이
조심조심 지나가는 게 느껴지더군
그 순간 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
함께 걸어 나가 광장에서 만나도 되는
무리들 중에서 말이네
젊은 그대여
앞에서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
세계가 그대 등에 펼쳐지고
우리는 시계를 돌리며 즐거워 했네
백향목 같은 그대여 침향이여
냇가에 심겨진 진실이며
악에 물들지 않은 청초한 모습이며
구름도 비껴가는 나무 그늘
그대 아래 앉아서 땀을 닦는
늙은이의 손이 아름다운 청춘처럼 보이네
우주의 동맥과 정맥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고 도는
우리는 물레방아 강물 따라 흐르는
우뚝한 나무 뿌리였다네
흔들리지 않는다네
어떤 시련에도 꿋꿋하다네
젊었던 그대여
우리의 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네
혼자 갈 수가 없었다네
이제 방에서 조촘조촘 걸어 나오세
젊어가는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