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우산이 좁아서/복효근

김선자 2023. 6. 22. 14:06

우산이 좁아서

 

복효근

 

 

왼쪽에 내가

오른쪽엔 네가 나란히 걸으며

비바람 내리치는 길을

좁은 우산 하나로 버티며 갈 때

그 길 끝에서

내 왼쪽 어깨보다 덜 젖은 네 어깨를 보며

다행이라 여길 수 있다면

길이 좀 멀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내 왼쪽 어깨가 더 젖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젖지 않은 내 가슴 저 안쪽은 오히려 햇살이 짱짱하여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면서

 

 

 

-출처 : 시집『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