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지워진 거울/안윤하

김선자 2023. 9. 15. 21:22

지워진 거울

 

안윤하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니, 누고?' 하던

요양원의 할머니

 

가끔은

자신을 알아볼 수 없고

거울이란 것도 몰랐으면 좋겠다던

그 할머니

 

개울에 비친 얼굴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독한 나르시스다

 

몇 마리의 버들치가

주름살도, 흰머리도

지우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소녀적 얼굴만

어리연꽃으로 남아

물살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