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의 시 2

겨자씨/김선자

김선자 2022. 10. 12. 16:08

겨자씨 

 

김선자

 

 

사랑에도 눈물이 있다고

유행가들이 가르쳤지

눈물을 흘리는 나는 너에게

사랑을 빚진 자

줄 것이 없어 작은 방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너를 한 주먹에 쥐어서

갈아 뭉개고 싶었지

작은 자라고 말하는 너는 가벼웠니

클 수가 없다고 혓바닥의

화살이 뽑혀 나갔니

숲이 되었다는 말이 동화 속처럼

들판 가득 그려졌지

 

허공을 겨누며 시간을 비트는 너

나는 너의 방 앞에서

찢긴 채 남겨진 하늘 한 자락

잡아 당겼지

자라고 자라면 또다시 작은 자

되리라는 너

너를 밀어 멀리 보내 버리고 나는

그저 날기만 하고 싶었지

가볍게 자늑자늑 산을 넘어가는

새의 깃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