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훌라훌라 개망초/양문규
김선자
2024. 6. 22. 16:31
훌라훌라 개망초
양문규
천지사방 빈말 같은 조사마냥 무성하다
흔하디흔한 꽃,
뉘집 할애비 제 아들에게 천대받다 죽음 맞았는데
하직 답례인 양 버려진 논밭에 천형(天刑)의 한 몸 되어
훌라훌라 흔들림 이루었는가
눈여겨 줄 사람 어디에도 없는데
안개 자욱한 산허리를 친친 감고 흐르는
가파른 길모퉁이까지
비비새 한 마리 상한 마음 물고 푸드득 날아들 때
훌라훌라, 개망초
콩을 뿌리건, 팥을 뿌리건
깡말라 비틀어진 들판에서도 훌라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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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충북 영동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벙어리 연가』『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집으로 가는 길』,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등.
현재 계간 《시에》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