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
2025. 2. 6. 00:10
별
김선자
어머니는
실 매단 꼬챙이에 깎은 감을 꿰어
별이다 너희들 줄 별이다 하며 웃으셨다
별은 처마 밑에 줄줄이 매달리고
바람이 불어 올 때면 빙글빙글 돌았다
잠자다 물 마시러 나온 밤
달짝지근한 냄새 풍기며 빙빙 돌고 있는 별들
순이 눈에 어른거렸다
입이 오물오물 망설이다 하나만 쏙 빼어
냉큼 입에 물고 씹는 순이
말랑하면서도 쫀득한 그 별의 맛은
보름달 보며 먹던 찰진 오곡밥보다 더 맛이 있었다
별 하나 나 하나 순이 손가락 하나하나
별은 하늘로 오르기 전
하나 둘씩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저 멀리 푸르디푸른 창공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저 별보다 일곱 살 순이에게는
처마 밑에서 대롱거리는
이빨 빠진 별들만 쳐다보여서
한 번 씩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었다
해마다 곶감 만들며 살아온 순이에게
별은 보고 싶은 어머니
자식들에게 다 내어 주고 이 세상 훌쩍 떠난
말랑말랑한 어머니 젖가슴
늘 곁에 머물고 싶은 안타까운 별이었다
반짝거리다 그만 어두워지는
낮은 곳으로 내려온 어머니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