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외 1편/ 휠더린
뱃사람은 즐거이 고향의 고요한 흐름으로 돌아간다.
고기잡이를 마치고서 머나먼 섬들로부터
그처럼 나도 고향에 돌아갈지니
내가 만일 슬픔과 같은 양의 보물을 얻을진대.
지난날 나를 반기어 주던 그리운 해안이여,
아이 이 사랑의 슬픔을 달래 줄 수 있을까.
젊은 날의 내 숲이여 내게 약속할 수 있을까,
내가 돌아가면 다시 그 안식을 주겠노라고,
지난날 내가 물결치는 것을 보던 서늘한 강가에
지난날 내가 떠가는 배를 보던 흐름의 강가에
이제 곧 나는 서게 되리니 일찍이 나를
지켜 주던 내 고향의 그리운 산과 들이여.
오오 아늑한 울타리에 에워싸인 어머니의 집이여
그리운 동포의 포옹이여 이제 곧 나는
인사하게 될지니, 너희들은 나를 안고서
따뜻하게 내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리라.
진심을 주는 이들이여,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안다.
사랑의 슬픔 그것은 쉽게 낫지 않는 다는 것을.
사람들이 위로의 노래 부르는 요람의 노래는
내 마음의 이 슬픔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한다.
우리에게 하늘의 불을 주는 신들이
우리에게 신성한 슬픔도 보내 주셨 나니,
하여 슬픔은 그대로 있거라. 지상의 자식인 나는
모름지기 사랑하기 위해 또 슬퍼하기 위해
태어났느니라.
운명의 여신에게
권능을 지닌 자, 그대들이여, 다만 한 여름과 한 가을을
저의 성숙한 노래를 위해 허락하옵소서,
그리하여 감미로운 유희에 포만하여,
저의 마음이 온유해져서 죽게 하소서!
삶에서 거룩한 권리가 부여되지 못한 영혼은
저 하계의 명부에서도 쉬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땐가 나의 마음속에 있는
거룩한 것, 시가 완성되면,
환영하리다, 오, 음영의 세계의 적막이여!
비록 나의 현악이 나를 배웅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만족하리다. 나는 한 번 신들처럼 살았으니
그 이상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으리다.
◇ F.휠더린. 1770년 독일 라우펜에서 출생 1848년 튀빙겐에서 사망. 고향의 향토와 조국에 깊숙이 그 영혼의 뿌리를 내린 시인.
<운명의 여신에게>, 이 시는 휠더린의 대표작으로 신앙시에 속한다. 한 평생을 신앙적인 삶에 바탕을 두고 살아온 시인이 자신의 내면 세계에 대한 신앙의 고백을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