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수필-소설29 역逆에 관한 명상 / 구활 역逆에 관한 명상 / 구활'역逆'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도로에서의 역주행과 KTX 열차의 역방향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 승용차 한 대가 역방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의 화면이 실시간으로 비쳐졌다. 사무실에서 무심코 화면을 보던 아들이 차가 달리는 방향 쪽으로 '볼일을 보러 가신다.'는 아버지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가시는 고속도로에 역주행으로 달리는 차가 있으니 조심해서 운전하세요.""야야, 나 빼곤 모두가 역주행으로 달리고 있으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꽈당'하는 소리가 들렸다.KTX 열차가 프랑스에서 도입될 때 수입을 맡은 공직자가 TV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선진국에도 역방향 좌석을 같은 가격에 이용하고 있으며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 2025. 5. 3. [평론가가 뽑은 좋은수필-57] 한혜경 '슬픔에 대한 예의' [평론가가 뽑은 좋은수필-57] 한혜경 '슬픔에 대한 예의'기자명 김철희 기자 입력 2025.04.07 22:18 댓글 0이명진 '미여지뱅듸'...'인간과문학' 봄호'참척(慘慽)'의 슬픔. 자식을 앞세웠을 때 참담함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으랴. 더욱이 남편을 잃고 힘들어할 때 삶의 의미를 알려주고 남달리 배려심이 깊던 아들인데, 겨우 스물아홉의 젊은이인데...이명진의 는 소중한 아들을 갑작스럽게 잃고 무너져 내린 어미를 지켜본 글이다. 작가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들이 어떻게 그녀를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주었는지, 얼마나 훤칠하고 싹싹했는지, 잘 알고 있는 자로서, 그녀의 비통함을 고스란히 느낀다. 아니, 그녀의 비통함 속에 함께 있다. 그래서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으며, 그저 곁.. 2025. 4. 8. [디카 에세이] 김유진 수필가 '용광로' [디카 에세이] 김유진 수필가 '용광로'기자명 김철희 기자 입력 2025.04.01 23:21 불춤을 춘다세상의 어둠 불태워 새로운 세상 하나 싹 틔우기 위한 군무(群舞)가 진정한 춤이다까마득한 옛날부터 신을 맞이할 땐노래와 춤이 있었다뭇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무다 하지만 지금 불춤은 사람과 마을, 세상을 태우고 있다불의 혀가 붉은 것은살아있는 목숨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생명을 태우고 남은 연기는 소금물보다 진한 눈물을 부른다세상이 온통 용광로 속 울음으로 번진 이후부터 까만 재로 남은 세상은 다시는 봄으로 피어나지 않았다◆김유진 주요 약력△경북 안동 출생 △한국수필 등단(2016)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수필작가회 동인 작품상(2019) △환경디카시 전국공모전 동상(2019) △.. 2025. 4. 2. [연재-21] 이경은의 독서 에세이...알베르 카뮈 '태양의 후예' [연재-21] 이경은의 독서 에세이...알베르 카뮈 '태양의 후예'기자명 김철희 기자 입력 2025.02.21 23:05 그는 여전히 혼자였다카뮈를 생각하면 알제리의 황량한 고원지대에 서 있는 그의 그림자와 바람, 어머니가 떠오른다. 이방인 뫼르소의 얼굴에 비쳤던 태양은 고독한 삶의 땅 위에도 어김없이 내리꽂힌다.그리고 한 권의 소설 이 늘 나의 머리끝과 카뮈의 손끝을 잡아당긴다. 이 책은 카뮈가 1950년대 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프랑스 정부군과 알제리 민족해방전선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쓴 작품이다.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다뤼'가 말한 "하늘과 벌판, 그리고 저 멀리 바다까지 펼쳐진 아득한 땅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다지도 사랑하는 넓은 벌판에 그는 여전히 혼자였다"란 문장이 가슴을 .. 2025. 3. 15. [평론가가 뽑은 좋은수필-53] 한혜경 '불이 꺼지지 않는 방', 사랑의 메타포 이재헌 수필가 '불이 꺼지지 않는 방'...계간 현대수필(봄호)쉿! 위험하다! 밖에는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고 기만과 위선이 범람한다. "속으로는 침을 뱉으면서 겉으로는 좋은 척" 마음과 다른 말을 건네고 부끄러운 '민낯'이 까발려진다. 비웃음 당하고 거부당하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까무러지기 직전"이다.넌더리가 나는 세상에서 벗어나 안으로 숨어든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혹시라도 빛이 새어들까 작은 틈까지 꼭꼭 막는다. 자폐적이자 퇴행적인 인물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90여 년 전, 이상(李箱)은 방에서만 지내며 "아무와도 놀지 않는" 자폐적 인물을 통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형상화한 바 있다.()그런데 이재헌의 은 빈사지경에 이른 영혼을 따스하게 받아주고 위무하는 또 다른 자아 덕분에 생신.. 2025. 3. 12. 연재-22] 이경은의 독서 에세이...수마나 로이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연재-22] 이경은의 독서 에세이...수마나 로이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기자명 김철희 기자 입력 2025.02.28 22:52 댓글 0♤나무의 시간을 살다"나는 마침내 나무가 될 준비가 되었다"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녀는 나무가 되길 절실하게 욕망한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나무라니,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라니. 왜, 어쩌려고 그런 생각을...김춘수 시인의 시 에 나오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의 '꽃'에 대해 시(詩)를 말하는 것이라든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했지만, 나는 누군가의 꽃도 나무도 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이름이 타인에 의해 불리는 것도 싫었고, 내가 어떤 사람의 꽃이 되거나 남이.. 2025. 3. 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