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모든 거짓말들
박지웅
사랑스러운 말들을 잔뜩 뭉쳐놓으면
종잇조각이 되기 십상이라 했지요
당신이 종이로 만든 꾸깃꾸깃한 눈물이나 방울새 하나 손바닥에 올려주면 안주머니에 받아 넣었지요
종이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때마다 지그시 쥐었다가
볕 좋은 창가에 올려두었지요
(그래도 날아가진 않아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거짓말들은
붉고 아득한 저녁과 함께 종이 관에 넣었지요
달리 장례를 치르지 않아서일까요, 죽은 것들이 가끔 심장에서 두근거리지만요
이미 사라진 것들이라도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종이 뭉치가 저절로 풀리듯
그냥 나무 하나가 별을 향해 걸어간 죄로 사과를 낳았거나, 달콤하게 생각해요
(입안에 고인, 고이는 일종의 맛있는 실망!)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말아서 버린 새와 종이와 거짓말은 다 한 핏줄이었어요
가장 부드러운 쪽부터 바뀌는
⸺월간 《現代文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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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