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읽기

설록차를 마시는 때/유안진

by 김선자 2023. 4. 15.

설록차를 마시는 때

 

    유안진

 

 
생활을 눈 따악 감고
구름되어 흐르고만 싶을 때
 
설록차 한 잔 물에
구름 띄워 마셔본다
 
맛없음의 참맛이야말로
부처님 미소로 데려가주는 듯
 
더는 못 참겠다
깜박 넋이 나가려는 때
 
한 모금 설록차를
두 모금에 나눠 마신다
 
그 사이 부딪치는 찻잔소리
타일러주는 드맑은 음성
 
잔 안에 가두어지는가
그리움아 섧은 꿈아
 
차가운 흰눈의 빛깔
백설의 향기와 함께
 
폐허를 어루만지듯
늘 내 마음에 찰랑거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