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사랑한 시간
김선자
우리는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함께 있을 땐 살을 맞대고
가르릉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
네가 나를 본 순간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웅크린 갈색의 털 사이로 하늘이 내려와 담겨 있었다
그날부터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따스하던 온기는 사랑을 전하고
보드라운 털은 봄을 오게 했다
어느 추운 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너는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숨을 멈추고 내 곁을 떠났다
뱃속에서 고통으로 할퀴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나를 대신해서 죽은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너는 이름도 없었다, 그냥 야옹이었다
깨끗한 한지에 너를 정성스레 싸고
어두운 겨울 밤 꽁꽁 언 땅 파지 못하고
묻어 주지 못하고 강둑에 버리고 도망치듯 와 버렸다
너와 나 사이 공기를 가르며 울리던 화답들
이제는 없는 세계에서 없어진 말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