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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2

고요도 정적도 물결처럼 흔들린다/김선자

by 김선자 2023. 6. 20.

고요도 정적도 물결처럼 흔들린다

 

김선자

 

 

빛이 춤추는

성전 바닥은 푸르고 붉어서

고요도 정적도 물결처럼 흔들린다

현란한 색들 자지러질 듯

벽에 매달린 십자가 위 신의 아들

일렁이던 눈꺼풀도 무겁다

맑고 투명하던 창 빛이 통과하기엔

힘겨웠던 무수한 죄악의 날들

숨겨놓은 삶의 조각들

순결도 덧대면 눈물이 되는 고백에서

어두워진 그늘도 희게 씻겨진다

한 낮 형형색색 몸 바꾸던 카멜레온도

빛이 통과한 유리 상자에 갇혀

고개 떨구고 벗기는 허물

오물 흥건한 바닥도 흐늘거리는 빛의 성찬도

씻겨 지지 않던 우리의 상처도

응답하는 기도가 된다

오로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세속의 어떤 보석으로 치장한다 해도

번뇌와 증오에 얼룩진 영혼은

빛의 샤워기 앞에서 녹아내린다

드디어 색유리가 되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