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도 정적도 물결처럼 흔들린다
김선자
빛이 춤추는
성전 바닥은 푸르고 붉어서
고요도 정적도 물결처럼 흔들린다
현란한 색들 자지러질 듯
벽에 매달린 십자가 위 신의 아들
일렁이던 눈꺼풀도 무겁다
맑고 투명하던 창 빛이 통과하기엔
힘겨웠던 무수한 죄악의 날들
숨겨놓은 삶의 조각들
순결도 덧대면 눈물이 되는 고백에서
어두워진 그늘도 희게 씻겨진다
한 낮 형형색색 몸 바꾸던 카멜레온도
빛이 통과한 유리 상자에 갇혀
고개 떨구고 벗기는 허물
오물 흥건한 바닥도 흐늘거리는 빛의 성찬도
씻겨 지지 않던 우리의 상처도
응답하는 기도가 된다
오로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세속의 어떤 보석으로 치장한다 해도
번뇌와 증오에 얼룩진 영혼은
빛의 샤워기 앞에서 녹아내린다
드디어 색유리가 되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