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남풍
김선자
산촌 마을 경로당에도
화투판이 저녁답까지 벌어졌다
시끌벅적한 할매들 손 길
끈덕지게 불어오는 남풍
"안동댁 졌대이, 돈 빨리 내 놔라. 멀 그리 꾸물거리노"
"내가 졌뿟나, 좀 기다리래이"
십 원짜리 몇 개가 던져진다
짜르르락 타닥 타닥 꽃봉 터지는 소리
연두빛 봄풀 속옷 짜는 소리
경로당 청춘들 찰찰 정이 넘치는 소리
봄 햇살 긁어 모으는
종시 할매 노래 가락
연분호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아 아*
물큰 물큰 내려오는 산 그림자
*봄날은 간다 노래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