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낙엽들
햇빛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자명하고도 자명한 단단한, 블록
나는 자명함을
퍽!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제23회 김수영문학상수상작>
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낙엽들
햇빛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자명하고도 자명한 단단한, 블록
나는 자명함을
퍽!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제23회 김수영문학상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