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읽기

빗소리를 듣는다/천상병

by 김선자 2024. 10. 18.

빗소리를 듣는다

 

천상병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도 꿈도 아닌 진공의 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갔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