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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

가난한 새의 기도/이해인

by 김선자 2025. 1. 31.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나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