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저녁별/이준관
by 김선자
2025. 2. 13.
저녁별/이준관
강가에서 물수제비 뜨다 오는 소년이
저녁별을 쳐다보며 갑니다
빈 배 딸그락거리며 돌아오는 새가 쪼아먹을
들녘에 떨어진 한 알 낟알 같은
저녁별
저녁별을 바라보며
가축의 순한 눈에도 불이 켜집니다
가랑잎에서 부스럭거리며 눈을 뜨는
풀벌레들을 위해
지상으로 한없이 허리를 구부리는 나무들
들판엔 어둠이
어머니의 밥상포처럼 덮이고
내 손가락의 거친 핏줄도
풀빛처럼 따스해 옵니다
저녁별 돋을 때까지
발에 묻히고 온 흙
이 흙들이
오늘 내 저녁 식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