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소금벌레 /박성우
by 김선자
2025. 4. 24.
소금벌레
박성우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 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 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 모으는
비금도 대산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계간<시와시학,2003,여름호>
□ 박성우 시인 감상
비금도 대산염전에서 만난 늙은 소금벌레여자는 딸만 셋이 있는데,
딸 셋 모두를 뭍으로 내보내고 혼자서 염전 일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남편은 젊었을적에 바람이 났고 곧바로 새살림을 차렸다고 했다.
염전 일을 돕겠다고 염전으로 들어섰는데 막상 들어서고 보니,
깨진 유리 조각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바닷물을 말려 먹고사는지 피를 말려 먹고사는지 알 수 없당게".
세상의 모든 벌레에게는 날개라는 희망이 있다.
※출처: 시사랑 2003.05.23
□ 박성우 시인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습니다.
원광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아동문학을,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에 청소년시가 당선되면서 청소년문학을 시작했습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시인이다.
책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싶습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웃는 연습』,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 『박성우 시인의 끝말잇기 동시집』, 『삼행시의 달인』, 청소년시집 『난 빨강』, 『사과가 필요해』, 그림책 『암흑 식당』, 『소나기 놀이터』, 『나의 씨앗 할아버지』, 어린이책 「아홉 살 사전」 시리즈, 청소년책 「사춘기 사전」 시리즈, 어른을 위한 동화 『컵 이야기』, 산문집 『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 『마음 곁에 두는 마음』, 청소년 시집 『난 빨강』 등을 냈습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