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최정례
복숭아나무 똑바로 서 있는 거 못 봤다
꼭 비스듬히 서 있다
길가에서 길 안쪽으로 쓰러지는 척
구릉 아래쪽으로 기울어
몸 가누지 못하는 척
허공에 진분홍 풀어
지나가는 사람 걸어 넘어뜨리려고
안 속는다, 안 속아
몸은 이쪽에 머리는 저쪽에 풀어 두고
왜 서 있나
비틀비틀 무슨 생각하며 걸어 왔나
도화
길 밖으로 꽃잎 다 흘리고
안 속는다, 안 속아
―최정례 시집, 『레바논 감정』(문학과지성사, 2006)에서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햇빛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레바논 감정』
백석 시 연구서 『백석 시어의 힘』등
산문집 『시여 살아 있다면 힘껏 실패하라』
제15회 미당문학상, 제8회 오장환문학상
제14회 백석문학상, 제52회 현대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