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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2

나의 꼴/김선자

by 김선자 2023. 4. 3.

나의 꼴

 

김선자

 

 

 

어머니는 

빳빳한 마분지가 있으면 발을 올리고 발 모양을 그리셨다

 

오린 본은 작은 것 큰 것 오색 수실에 꿰어 벽에 걸어 두셨다가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식구들에게 버선 한 켤레씩 만들어 주셨다

 

곱게 누비고 오똑하게 코를 빼고 수가 놓여진

언니와 나의 버선은 신으면 어디든 날아 갈 것 같은 나비였다

 

늘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모습 내 마음의 바탕이 되신 어머니 

버선 신지 않은지가 오래되고 구석에 두고 잊혀져가는 반짇고리

도화지 한 장 꺼내어 속이 영글지 못한 석류 하나 그려본다

 

뚱단지 같은 그림 알알이 동그란 모양이 되지 않은

나의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