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꼴
김선자
어머니는
빳빳한 마분지가 있으면 발을 올리고 발 모양을 그리셨다
오린 본은 작은 것 큰 것 오색 수실에 꿰어 벽에 걸어 두셨다가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식구들에게 버선 한 켤레씩 만들어 주셨다
곱게 누비고 오똑하게 코를 빼고 수가 놓여진
언니와 나의 버선은 신으면 어디든 날아 갈 것 같은 나비였다
늘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모습 내 마음의 바탕이 되신 어머니
버선 신지 않은지가 오래되고 구석에 두고 잊혀져가는 반짇고리
도화지 한 장 꺼내어 속이 영글지 못한 석류 하나 그려본다
뚱단지 같은 그림 알알이 동그란 모양이 되지 않은
나의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