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수평에 쉬다/조승래
by 김선자
2025. 6. 17.
수평에 쉬다
조승래
승강기에 25층, B1 층 위치 표시등이 켜진 새벽
늦은 귀가와 이른 출타를 한 사람들이 있음을 추측하며
곤충도감 개미집 단면도에서 본 것과 대칭형 구조의
아파트를 비교해 본다.
지하에서 지면으로 나온 개미와 지상에서 지면으로 나온 사람들
서로의 만남이 쉽지 않은 겨울이지만
누구나 수평에 등을 댄 채 잠들거나 깨고
그 익숙함으로 세상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 아니 좋은가,
햇살이 평평하게 찾아오는 지상의 시간에
층마다 등을 펴고 쉴 수 있는 공간
수직의 이동에서 멈추어 볼 만한 수평이 있으니
아니 그런가,
생사 불문하고 수평은 등 뒤를 쫓아다니고
누군가의 등이 되려는 등나무가
제 등 비틀어가며 가는 그 너머 또 수평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