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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2

오늘 나는/김선자

by 김선자 2023. 6. 20.

오늘 나는

 

김선자
 
 
하늘이 붉어 졌다고 하면
내 눈이 흐릿해서 그렇다고 말 할까봐
꽃이 시들어도 예쁘다고 하면
낡은 핏줄 지녔다고 할까봐
감옥에서 절개 지키는 춘향이
이도령이 올까 안올까 서성거리는
월매 같다고 할까봐
무대 위 무희의 마지막 인사
바라보는 청중이 보이지 않을까봐
애달픈 선율 귀가 침침해서 들리지 않을까봐
문득 울고 싶어 질까봐
꽃 비린내 고개 쳐 박고
향기가 사라져 가는 사람들 옷자락
재바르게 지나가는
아쉬운 삶이 무상할까봐
오늘 나는 울음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