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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새벽/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5.

새벽

가족사 1

 

 

김선자

 

 

봄동 나물 매만지며

오고 간 눈짓들 따스했다

거칠어진 손 두부모에 맡기고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며 종다리마냥 조잘거렸다

빨강은 빨강대로 파랑은 파랑대로

거리는 색들로 자욱해서

지붕마다 고기 굽는 냄새 새털구름 되어 흩어지고

떠나지 못한 허기 고사리처럼 몸 오그리고

씀바귀 냉이 갓나물 꼬리머위 미나리아제 불러 모은다

거리는 왕성하던 하루의 식욕을 닫아걸고

까막까치 날아간 저녁 어깨를 감싸 안는다

개밥바라기 서편에 기울 무렵

푸르고 시린 별 하나 곤두박질치고

저녁은 청설모 달아난 나무 우듬지로

별에 업혀 거리를 누빈다

저 먼데서 새벽이 종긋 거리며 다가온다

아우성치는 내일 위해

베갯모에 십자수라도 놓을려 하는가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