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ㅡ가족사 ‧ 1
김선자
봄동 나물 매만지며
오고 간 눈짓들 따스했다
거칠어진 손 두부모에 맡기고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며 종다리마냥 조잘거렸다
빨강은 빨강대로 파랑은 파랑대로
거리는 색들로 자욱해서
지붕마다 고기 굽는 냄새 새털구름 되어 흩어지고
떠나지 못한 허기 고사리처럼 몸 오그리고
씀바귀 냉이 갓나물 꼬리머위 미나리아제 불러 모은다
거리는 왕성하던 하루의 식욕을 닫아걸고
까막까치 날아간 저녁 어깨를 감싸 안는다
개밥바라기 서편에 기울 무렵
푸르고 시린 별 하나 곤두박질치고
저녁은 청설모 달아난 나무 우듬지로
별에 업혀 거리를 누빈다
저 먼데서 새벽이 종긋 거리며 다가온다
아우성치는 내일 위해
베갯모에 십자수라도 놓을려 하는가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