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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325

[감성 시, 한 잔] 용혜원 시인 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 [감성 시, 한 잔] 용혜원 시인/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나 모르는 사이에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몇 발자국씩 몇 발자국씩 멀어졌는데이리도 선명하게 다가옴은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한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돌아섰는데 이리도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어찌할 수 없는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ㅡㅡㅡㅡㅡㅡ용혜원 시인은 현재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시를 쓰고 강의하며 다니고 있다.지금까지 시집 100권, 동시집 2권, 시선집 16권 등 218권의 저서를 출간했다.오늘도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시를 쓰는 기쁨과 강의하는 기쁨 속에 꿈을 이루며 살고 있다. 박수빈 기자psb@munhaknews.com 2025. 5. 20.
그만하면 됐는기라*/이종문 그만하면 됐는기라* 이종문 죄 안 짓고 세상 살기, 누이야, 참 힘들제너무 자책하지 마라, 산다는 게 그런 기라길 가다 개미 밟은 거, 어쩔수가 없는 기라부모님이 위중하신데 개미들이 약이 되면앞 뒷산 다 뒤져서 천 마리를 잡아 온들그것은 도리인 기라, 죄라칼 끼 없는 기라누가 죄 없는 개미, 딱 한 마리 콕 찍어서이 개미를 죽여주면 십만 원을 준다 한들누이야, 안 할 거잖아, 그만하면 됐는 기라*졸시 를 개작함>, 2025, 봄호 2025. 4. 28.
오래된 기도/이문재 오래된 기도/이문재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음식을 오해 씹기만 해도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 고.. 2025. 4. 24.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말 하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주어야 하는데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서정시를 쓰는 내가.. 2025. 4. 24.
스며드는 것/안도현 스며드는 것 안도현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2008) 중에서‘시’는 천지의 슬픔을 전해주는 말이다.시인을 ‘곡비(哭婢)’라 부르는 것도 세계의 슬픔을 알아채고이를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는 데에서 나온 이름이다.시에서 슬픔과 혼의 떨림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은 좋은 감상이 아니다.시는 보는 이의 영혼을 정화하는 눈물이다.안도현 시인의 이 작품이야말로 독자.. 2025. 4. 24.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사람과 결혼하라봄 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줄아는 사람과 결혼하라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아는 사람과 결혼하라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가끔은 전기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사람과 결혼하라책갈피 속에..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