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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능금/김선자

by 김선자 2023. 4. 22.

능금

 

김선자
 
 
그대가  떠오르면
내마음은 늘 설렙니다
흙냄새가 나는 그대
태양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그대
달콤 쌉쌀한 향기 대지에 보내는 그대
나무 가지마다 벙글거리는 미소
그토록 뺨이 붉은 그대
수줍은 미소로 입가가 볼그레한 그대
오늘도 새들과 어깨동무하고
새들은 연신 재잘거리며 포로롱거립니다
보름달처럼 치오르는 그대
비바람 폭염에도 늠름하던 그대
온갖 벌레가 파먹어 온 몸이 곪아터져도
그들을 품어 안고 견뎌온 그대
한마디 군담도 없이
살갗은 짓무르고 피부가 병들어 반점이 생겨도
찡그린 기색 감추는 그대
씨앗을 꼭 끌어안고 연한 속살을 보듬습니다
씨앗 한 알에 그대가 넣어준
햇빛 바람 물 맑은 공기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는
솜털처럼 아삭아삭하고
구름처럼 매끄러운
그대는 태양의 알갱이 생명의 원천
내 마음의 발전소입니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