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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협심증/김선자

by 김선자 2023. 4. 22.

협심증

 

김선자
 
 
얼굴을 가린 검은 손
가슴을 향해 겨누는 총탄같은 두려움
가슴이 서서히 조여 갈 수록 그래서 무엇인가가 툭 끊어 질 것 같은
공포는 투명한 공기를 뚫고 나아가는 화살이다
 
이제는 대지와 집들과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몽롱함이 방안 가득 퍼진다
 
수수께끼처럼 생은 언제나 다음다음으로 이어지고
잠에서 깨어날 즈음이면
검은 손을 피해 허우적거리던 꿈속 자맥질
 
삶이 더러워도 지나칠 수 없는 그렇고 그런 일
등나무 꽃등 아래서 이제는 다시 너를 만날 수 없고
검은 손을 피해 베일에 가린 꽃향기처럼
오늘로서 이 세상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오슬오슬한 이야기 괴물로 바뀌는
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