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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54

구름동네 구름집/김선자 구름동네 구름집 김선자 술氏할아바이 집은 개 짖는 소리도 벌써 멈추고 달빛은 희끄무레한 여운만 남기었다. 기다리는 사람 없는 나팔꽃 줄기에 매달린 지붕 돌고 돌아 왜자하니 동네로 전해지는 이상한 소문, 당산나무 손가락 하나가 자꾸만 입을 막았을 뿐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소문은 에두르지 못하고 속도가 엄청 빠른 허깨비 바람. 삽시간에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로 퍼진다. 멍하니 노인이 살아가는 변두리 달동네. 다닥다닥 붙은 지붕 처마 밑 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가뭄도 장마도 원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어두워지기 전 비틀거리며 오르막길 오르는 술씨 앞에서 언제나 대문이 헤벌어져 집안은 횅했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주루루룩 젖어 버리는 바짓가랑이 무참하고 추레한 소리는 예상치 않아도 다가오는 일 들이었다. 늘 그.. 2022. 10. 12.
봄꽃/김선자 봄꽃 김선자 봄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꽃삽 든 손이 아프다 골목은 한 순간 환하게 등불이 켜지고 차갑던 그림자를 밝힌다 천둥을 삼켜버린 씨앗 가득한 지구는 간지러워 옴찔옴찔 거리고 가지 끝에 봉긋이 매달리는 사랑이란 꽃송이 봄꽃은 수천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신의 손길에 닿으려 하는구나 구름 구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봄 연두보다 먼저 분홍이 옷을 벗고 요염하게 웃고 서 있다 저 발칙한 화냥기 보았나 바람기 멈출 수 없다고 앞을 가리며 떨어져 내리는 흰 눈 꽃잎들 링거를 맞고 있는 뾰루퉁한 입술 매끈한 귀밑머리 솜털 보송보송한 두 뺨 다가와 입 맞춘들 누가 말리랴 점토가 있다면 푹 찍어 놓고 싶은 천년의 바람 여기 있다 다시 섯거라, 봄. 봄. 봄꽃 2022.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