襁褓(강보)
ㅡ바늘 敍事 ‧ 9
김선자
산부인과 3층 조산실
석류 같은 엄마들
불룩한 배
두 팔 가득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하얀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붉은 피 쏟으며
자기 몸 찢으며 태어난 아가
죽음에서 갓 빠져 나온 슬픔도
엄마는 노곤한 기쁨에 젖습니다
아가를 폭 싸안을 강보처럼
창밖에는 하얀 눈 포슬포슬 내리고
하얗게 펼쳐지고
찌르륵 도는 젖가슴
아가는 어떻게 알았는지
채송화 꽃씨 같은 까만 눈으로
엄마 얼굴에 눈 맞추며
방싯방싯 웃습니다
아가 볼에 조용히 입술 갖다 대는 엄마
사랑이 전류처럼 흘러 반짝 불이 켜집니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襁褓(강보) : 어린아이를 덥거나 업는 데 쓰는 작은 이불. 포대기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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