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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襁褓(강보)/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0.

襁褓(강보)

바늘 敍事 ‧ 9

 

 

 김선자

 

 

산부인과 3층 조산실

석류 같은 엄마들

불룩한 배 

두 팔 가득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하얀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붉은 피 쏟으며

자기 몸 찢으며 태어난 아가

죽음에서 갓 빠져 나온 슬픔도

엄마는 노곤한 기쁨에 젖습니다

 

아가를 폭 싸안을 강보처럼

창밖에는 하얀 눈 포슬포슬 내리고 

하얗게 펼쳐지고

 

찌르륵 도는 젖가슴

아가는 어떻게 알았는지

채송화 꽃씨 같은 까만 눈으로

엄마 얼굴에 눈 맞추며

방싯방싯 웃습니다

 

아가 볼에 조용히 입술 갖다 대는 엄마

사랑이 전류처럼 흘러 반짝 불이 켜집니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襁褓(강보) : 어린아이를 덥거나 업는 데 쓰는 작은 이불. 포대기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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