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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잔잔한 성숙/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0.

잔잔한 성숙

 

 

김선자

 

 

심한 고통 뒤에는

잔잔한 성숙이 찾아오는 것

초조 또한 금물이다

 

입에 대해 묵상과 관심을 갖는다

입은 먹거리를

내 몸에 제공해 주는 기관이다.

동시에 입은 말을 전하는 곳

 

다부진 입모양 만들어 

거울 앞에서 서서

요모 조모 뜯어 비추어본다

 

환영은 어디까지나 환영

그것은 거짓 그림자

두려워 할수록 점점 가까이 다가와

늪에 빠지게 하는 블랙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필요한 간격은

불과 1cm, 너무 먼 거리일까 

각자 자기  스스로 짊어지고 가는 인생

 

다른 사람을 넘겨다보지도 말고

동정심이나 측은지심도 가지지 말 것

교만일 수 도 보이지 않는 집착일 수도

있다 변명하지 말 것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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