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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너는 혼자가 아니다/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0.

너는 혼자가 아니다

바늘 敍事  19

    

 

 김선자

 

 

긴 줄 달고

달리는 너

어머니와 함께 삼밭 김매네

 

어머니 손길에 불현 듯 일어나는 너

빙글빙글 삼밭에서 쌈솔로 논두렁 잇고

다북쑥 곧게 세우는 삼나무 잎에 귀 기울인다

 

삼베 베잠방이 여름 땀 식히는

바람도 걸리지 않는 그물 같은

그들 사이로

너는 고샅길 가듯 걸어 다니네

 

삼 벗기기 삼 째기 베 낟기 바쁘더냐

실 잇기 하고나면 퍼렇게 멍드는 어머니 무릎

모른 척 반짇고리 함안에서

너는 몸매 서로 자랑하며 뾰족거리네

 

그렇다 너, 눈도 코도 없어도

그렇다 너, 귀만 빠끔 열어 두어도

하늘도 찌를 듯 늠름한 기상이었지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처럼

너 등에 어머니 업고 있구나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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