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혼자가 아니다
ㅡ바늘 敍事 ㆍ 19
김선자
긴 줄 달고
달리는 너
어머니와 함께 삼밭 김매네
어머니 손길에 불현 듯 일어나는 너
빙글빙글 삼밭에서 쌈솔로 논두렁 잇고
다북쑥 곧게 세우는 삼나무 잎에 귀 기울인다
삼베 베잠방이 여름 땀 식히는
바람도 걸리지 않는 그물 같은
그들 사이로
너는 고샅길 가듯 걸어 다니네
삼 벗기기 삼 째기 베 낟기 바쁘더냐
실 잇기 하고나면 퍼렇게 멍드는 어머니 무릎
모른 척 반짇고리 함안에서
너는 몸매 서로 자랑하며 뾰족거리네
그렇다 너, 눈도 코도 없어도
그렇다 너, 귀만 빠끔 열어 두어도
하늘도 찌를 듯 늠름한 기상이었지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처럼
너 등에 어머니 업고 있구나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