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무의 노래
ㅡ바늘 敍事ㆍ 11
김선자
구부리고 비트는 설치 예술가
속이 텅텅거리는 천연 동굴
흐느적거리는 껍질 깬 석화
그는 어둠 앞에서 구부러지는 올무
연하게 굽어있는 골목
등 휘어진 그의 어머니
구붓한 사랑에 매달리는
주름진 손 옭아맨 덫
저 아래 환해지는 골짜기에서
바라보는 뼈마디 으스스한 외로움
머뭇머뭇 허리를 낮추고 걸어가는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곳
깨트리고 싶은 적막
그는 자기가 태어나던
좁디좁은 어머니 자궁
다른 세상으로 나오던 순간의 그 황홀함
소리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던
그가 살아온 고독
존재할 때부터 함께하던
거부할 수 없던 몸짓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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