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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산문

친구를 만나러 간다/김선자

by 김선자 2022. 10. 9.

친구를 만나러 간다

 

    김선자

 

 

우리는 친구다 친구 아이가

만나는 우리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앵무새처럼 말한다 친구다

우리는 친구다 친구 아이가

무엇으로? 어떻게? 왜?

 

만나러 간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

우리는 친구니까

우리는 친구라고 늘 말하니까

친구 아이가 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니까

 

그러나 식사가 끝나자 말자

우리는 가방을 살며시 거머쥐고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가볍게 등을 돌리고 가 버린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밥을 먹는데 방해가 될가봐

 

느린 한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고개를 쳐 박고 숟가락 젓가락을 옮기고 있을 동안

주위는 텅 비어간다

숟가락을 놓으려고 얼굴을 드는 순간

아무도 없는 빈 방이 보인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네가 밥을 먹는데 방해가 될가봐

 

그림자처럼 떠나간 우리들

그림자마저 밟힐가봐

깨끗이 말끔이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오늘도 우리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