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러 간다
김선자
우리는 친구다 친구 아이가
만나는 우리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앵무새처럼 말한다 친구다
우리는 친구다 친구 아이가
무엇으로? 어떻게? 왜?
만나러 간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
우리는 친구니까
우리는 친구라고 늘 말하니까
친구 아이가 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니까
그러나 식사가 끝나자 말자
우리는 가방을 살며시 거머쥐고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가볍게 등을 돌리고 가 버린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밥을 먹는데 방해가 될가봐
느린 한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고개를 쳐 박고 숟가락 젓가락을 옮기고 있을 동안
주위는 텅 비어간다
숟가락을 놓으려고 얼굴을 드는 순간
아무도 없는 빈 방이 보인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네가 밥을 먹는데 방해가 될가봐
그림자처럼 떠나간 우리들
그림자마저 밟힐가봐
깨끗이 말끔이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아이가
오늘도 우리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