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쉬고 있는 비둘기
김선자
한 계단 두 계단씩 회색계단을 누군가 내려간다
겨울 햇살이 희미하다
광장에 있는 나무 의자에 오그리고 앉은 사람들 어깨를 두드리며 추위가 내려 앉는다
저들의 머리 위로 교회의 첨탑이 별을 달고 반짝이고 있다
성탄절 케롤송 트리에 대롱거리는 별 전하고 싶은 사랑도 매달려 있다
흐려지던 하늘에서 흰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부연 안개로 갈아 앉는다
광장으로 내려오는 사람들 머리 위로 날고 있는 비둘기들
푸드득 땅위로 내려 앉고 허기를 채우려 그들에게 우루루 모여 들고 있다
누군가 모이를 던져 준다 흩어지며 내려오는 밥알들, 눈 속에서 눈으로 녹아 들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먹이를 향해 종종거리는 비둘기들 광장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눈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들 시선이 힘없이 모인다
그러다가 아래로 눈을 내려 깔고 발끝으로 향하는 광장은 언제나 쓸쓸한 그 무엇이다
누군가 손을 뻗쳐 딱딱하게 굳어진 그들의 손을 잡는다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안아 주려한다 신의 아들이신가
끝없이 사랑의 물결이 구비치는 예수이신가
구세군의 종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어둠이 서서이 벗겨지려 한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배고픔에서 풍요로움으로
갓 태어난 순수한 갓난아기의 모습같은
마치 새 풀잎이 돋아 나려는 따뜻한 봄 날씨처럼
비둘기는 이제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