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산
김선자
그 산에
가보고 싶다
늘 그 자리에서 날
반겨 주던 산
말없이 빙그레 웃음으로
맞아 주던 산
그 산은 이제 오를 수 없는
너무 먼 곳에 있다
무릎이 아플 때마다 그 산은
점점 더 희미해져서
그 산에 가고 싶은 마음 꾹 누른다
무릎에 파스 바르고
통증 갈아 앉힌다
무엇이든 생각대로 다 할 수 없다
그 산은 따뜻한 구들장에
밥그릇 묻어 놓던 겨울밤처럼
애틋하게 다가온다
김치 단지 마당에 묻어 두고
꺼내 먹던 그때를 보듬어 안고
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추억처럼 서 있다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날 반겨주던 산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산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산
냄새나는 파스는 이제 떼어 내고
당당히 두 발로 걸어 가고 싶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