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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따스한 산/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5.

따스한 산

 

 

김선자

 

 

그 산에

가보고 싶다

늘 그 자리에서 날

반겨 주던 산

말없이 빙그레 웃음으로

맞아 주던 산

그 산은 이제 오를 수 없는

너무 먼 곳에 있다

무릎이 아플 때마다 그 산은

점점 더 희미해져서

그 산에 가고 싶은 마음 꾹 누른다

무릎에 파스 바르고

통증 갈아 앉힌다

무엇이든 생각대로 다 할 수 없다

그 산은 따뜻한 구들장에

밥그릇 묻어 놓던 겨울밤처럼

애틋하게 다가온다

김치 단지 마당에 묻어 두고

꺼내 먹던 그때를 보듬어 안고

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추억처럼 서 있다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날 반겨주던 산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산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산

냄새나는 파스는 이제 떼어 내고

당당히 두 발로 걸어 가고 싶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