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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햇살/김선자

by 김선자 2023. 5. 11.

햇살

 

김선자

 

 

동네 아이들 등에 올라 앉은 햇살

자전거 타듯 아이들 돌린다

맑다 따스하다 반짝인다

 

구부정한 할머니 어깨에 올라 탄 햇살

살아 온 날들에 귀 기울인다

빵빵 자동차가 달린다

 

깜짝 놀라는 은색 눈부신 햇살

고달팠던 젊은이의 하루

묵직하게 비춘다

 

밝다가 어두워지는 햇살

잠시 구름에 자리 내어주고

나무 그늘에 그림자 지우며

맑았다가 얼룩이 진다

 

으스스 몸이 시려온다

햇살은 어둠에 자리 내어주고

낙은 곳으로 내려 앉는다

내려 앉은 햇살 다시 올라간다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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