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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3

눈이여 아프지 말자/김선자

by 김선자 2024. 2. 23.

눈이여 아프지 말자

 

김선자
 
 
골골이 내리는 눈이여 아프지 말자
앞도 못 보는 사람 앞에서
눈이여 펄펄 퍼부으며 아프지 말자
희거나 검거나
감은 눈 휘젓지 말고
희미한 모습 어른거리며 아프지 말자
산에도 들에도 내리는 눈이여
사방팔방 가고 깊은 곳
거침없이 내려내려 쌓이는 눈이여
눈구멍만한 구석에도
사뿐사뿐 얄랑거리는 눈이여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
세월이 훔쳐간 그녀의 몸 너무 가벼워
눈꽃 한 송이도 무겁다하거든
거기선 내리던 눈 멈추자
눈이여 어제도 아프고 오늘도 아프고
내일은 훠이훠이 부디 멈추자
땅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땅으로
긴 줄 달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너
영영 어두운 밤이 되기전
눈이여 눈물겨운 눈이여
골짜기에서 설빙 되어 얼어 붙기 전
아프지 말자
부드럽게라도 아프지 말자